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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대통령은 철저히 준비된 말만 해야

“규제라는 것이, 또 법이라는 것이 나쁜 것이냐 좋은 것이냐 이렇게 인위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스위스 치즈와 스위스의 해물 시판을 할 때 식품보건당국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사하고, 또 그 기준이 충족됐다고 하는 것을 상품에 표시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이 식품이 안전한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거래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식품들을 구입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품 산업이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화자의 의도를 아시겠습니까? 규제나 법은 나쁜지 좋은지 정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식품 산업이 훨씬 발전한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스위스 산 치즈와 해물은 철저히 검사하고 표시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한국 대통령실 웹사이트 ‘대통령의 말과 글’에 올라와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내용입니다.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 마무리 발언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인데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이런 중요한 행사장에서 거의 횡설수설하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해당 발언의 전문은 이곳(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JXcW3dx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살펴볼까요.      “우리가 자동차를 처음, 1900년 초기에 개발이 됐을 때 과거에 마차를 타고 다니던 도시생활에서 자동차가 나오면서 자동차의 성능이 점점 좋아져서 이것이 인명 사고를 유발하게 되니까 여기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국가의 정부는 속도가 얼마 이상 나면 안 된다는 것으로 규율을 하는 정부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정부는 브레이크의 성능이 아주 좋아야 된다고 규율을 할 수 있습니다. 인명 피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인명 피해가 생기면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손해배상을 져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속도를 내지 말라고 하는 건 자동차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이고, 이건 자유와 관계된 부분입니다만, 브레이크의 성능, 브레이크의 테크놀로지를 올려라 하고 규정을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또 아울러서 거기에 책임보험제도라고 하는 것이 결합되면서 자동차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자동차 산업이 다른 산업 부분에 전후방 연관 효과를 주면서 발전하게 됐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행사장에 있던 몇 명이나 윤 대통령의 말을 알아들었을까요? 분명 불어로 직접 말하지 않고 통역이 있었을텐데 통역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통역했을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윤 대통령이 프랑스 다른 행사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입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문화 및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법적이고 규범적인 논의를 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가 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 활자체로 된 문장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의도가 드러나기 보다는 횡설수설, 중구난방과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것은 왜 일까요. 즉석에서 보좌진의 원고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연설은 본인이 직접 쓰기보다 디테일을 잘 아는 보좌진 손에서 초안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다듬는 게 관행입니다. 이번에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겁니다. 물론 미국 바이든 대통령, 영국 수낵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등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실언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도자는 말 속에 사상과 철학과 가치와 전략을 담아야 합니다. 내뱉은 말의 파장이나 효과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말 실수한 사례는 한 두건이 아닙니다. 외교적인 문제를 놓고 다른 나라로부터 항의를 유발한 경우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보다 더 진중하게 말해야 합니다. 불안하고 좌절해 있는 국민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 넣고, 절망과 슬픔에 엎어져 있는 시민을 보듬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진실성 있는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해야 합니다. 미사여구보다는 간결함 속에 확실한 내용을 강조해야 합니다. 메시지 정치의 핵심은 철저하게 준비된 말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칼럼 대통령 한국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자동차 산업

2023-06-26

[기고] 20년의 베팅, 윤 대통령 방미와 신냉전 동맹

#1. 70주년 팡파르를 위한 준비는 완벽했었다, 얼마 전까지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였던 우리가 한미동맹 70년을 거치며 반도체·배터리·군수산업의 글로벌 강국으로 올라섰기에 이달 말 워싱턴에 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자축하고 새로운 시대를 선언할 만했다. 수 조원 단위로 미국 곳곳에 투자를 하는 대기업 리더들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이 기세를 올리는 것은 당연할 터였다.   #2. 하지만 대통령실 주변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시민들 반응은 심드렁하다.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단기 요인. 동맹관계에서도 종종 불거지는 도청 의혹이라는 난기류와 그에 대한 서투른 봉합. 둘째는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미동맹 심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프레이밍의 결핍. 단기 요인부터 보자면, 10여년만의 워싱턴 국빈 방문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핵심 참모인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였다. 이어서 한국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미국 측의 도·감청 의혹이 대대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스라엘이나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서둘러 봉합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당황한 기색을 시민들은 알아채고 있다.   #3. 단기적인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번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이 앞으로 20년 우리 미래를 좌우할 역사적 베팅이라고 본다. 1961년 워싱턴으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러 갔던 박정희 의장의 방미가 이후 20년 가까운 고속 산업화의 기틀을 다지는 베팅이었듯이. 반미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단행한 한미 FTA도 이후 20년 한국이 제조업 선진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었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부각할 한미 간 4차산업 동맹, 인도-태평양 지역전략 등은 신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베팅이다. 경제안보, 반도체 공급망, AI 협력을 새삼 재론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 시점에서 신냉전 자유 동맹에 베팅하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명백한 선택이다.   #4. 문제는 이러한 역사적 베팅을 설명하는 대내적 프레임이 빈곤하다는 점이다. 중도층과 청년세대는 한미관계의 심화·확대를 조건 없이 지지하지는 않는다. 명백하고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이를 정당화하는 설득의 언어는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마땅히 국가 대전략의 큰 그림과 한미동맹의 심화를 묶어서 제시해야 한다.   #5. 당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면 역사적 베팅도 얼마든지 퇴색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작고 단단한 체구에 강렬한 눈빛을 지닌 박정희 의장이 1961년 11월 백악관으로 케네디 대통령을 방문하였을 때, 워싱턴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한국의 새 리더를 맞이하였다. 케네디의 의심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쿠데타 이전부터 박정희 의장이 미국 인맥을 바탕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한국군 장성들에 대해 반감이 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군대를 동원한 5·16 쿠데타는 당시 한국군 작전권을 통제하던 미국에는 체면을 크게 구긴 일이었다.   이 방문에서 박정희는 냉전시대 한미동맹의 기틀을 다지는 역사적 베팅을 던짐으로써 워싱턴과 국내를 놀라게 만들었다. 박 의장은 미국이 빠져들고 있던 베트남 전쟁에 한국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선제 제안했다. 아시아 냉전 동맹에 적극 뛰어드는 이 베팅이 이후 한국 산업화의 토대가 된 점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바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박 의장도 이러한 베팅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국군 베트남 파병과 한일회담 재개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파병과 한일회담으로 촉발된 1963년 위기는 결국 박정희 체제 전반기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졌다.   #6.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이후 한미동맹의 글로벌화에 과감한 베팅을 감행하였다. 주변 참모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미국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였고 이어서 한미 FTA를 추진하였다. 노 대통령의 결단은 이후 20년간 우리가 제조업의 글로벌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지지층은 돌아서고 여당 내에서는 파병 반대, 한국의 식민지화를 울부짖는 이들이 속출하였다. 역사적 베팅으로 G10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던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쓸쓸하였다.   #7.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윤 대통령에게 한미동맹 강화는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궤도를 이탈했던 한미관계를 정상화시킨다는 의식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역사적 베팅이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해양 자유주의 세력과 대륙 권위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있다. 자유주의 동맹은 우리에게 ‘명백한 선택’이지만, 리더는 역사적 선택의 빛과 그림자, 꿈과 리스크를 압축하는 ‘설득의 프레임’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큰 프레임 없는 역사적 베팅이란 없다. 장 훈 / 중앙대 교수·중앙일보 칼럼니스트기고 대통령 신냉전 한국 대통령실 케네디 대통령 대통령실 주변

2023-04-21

[J네트워크] 같은 ‘도청’ 문서, 한국과 미국의 다른 평가

애플 아이폰은 통화 중 녹음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 최소 13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은 불법이다. 애플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판매용뿐 아니라 해외용에도 이 기능을 탑재하지 않는다. 삼성 갤럭시폰은 통화 중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손쉽게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 놀라운 건 한국에서 사용하던 갤럭시폰을 미국에 가져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니 녹음 기능이 사라졌다. 미국 법에 부합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미국이 통신 비밀과 사생활 보호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준다.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담은 펜타곤 기밀문서가 유출됐다. 통화(대화)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대통령실 고위 관료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들여다봤다는 의혹은 미국 사회에서 무게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실은 기밀문서 유출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양국 국방장관이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발표했고, 미국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것이냐는 질문에 “할 게 없죠, 누군가 위조한 거니까”(11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라고 단언했다. 아직 범인이 잡히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미국 정부와 언론 반응은 달랐다. 한미 국방장관 통화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위조”를 언급하지 않았다.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라며 말을 아꼈다. 문서 유출을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 소속 기자는 팟캐스트에서 “깜짝 놀랄 것”이라며 “우린 러시아를 감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동맹과 파트너도 감시하고 있다”고 기정사실로 했다. 이어 “(문건은) 미 정보기관이 한국과 이스라엘 같은 동맹을 도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미국이 대러 결속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신뢰를 잠식할 수 있는 당혹스러운 폭로”라고 평가했다. 온라인 전쟁 게임에 몰입한 주 방위군 사병이 용의자로 체포되면서 내부 소행에 무게가 실리자 러시아 음모론은 일단 쑥 들어갔다.   한국 정부 입장도 “위조”에서 “미국이 우리를 도·감청 했다고 확정할만한 단서가 없다”(13일 고위당국자)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안보 관련 입장을 성급하게 내놓고 번복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개방된 환경에서는 상대국 장관 브리핑이나 언론 보도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직접 듣고 볼 수 있다. 단편적 사고와 대응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높인다. 정부 출범 11개월이 지나도 같은 행태가 반복되면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현영 / 워싱턴 특파원J네트워크 미국 도청 한국 대통령실 한국 정부 기밀문서 유출

2023-04-17

탈북 어민 강제북송 수사 관련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 LA인터뷰 녹취록 공개]

한국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발생했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이 갈수록 구체화되면서 2019년 11월 LA를 방문했던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의 미주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당시 김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안보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보고받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최종 승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향후 당국 조사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대통령실은 최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강제 수사에 나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강제 북송 승인(재가) 여부를 밝히고 책임을 따질 수 있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본지는 진실 규명 차원에서 2019년 11월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LA에서 본지 취재진과 나눴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제 북송 결정을 사전보고 했다’는 내용의 단독인터뷰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한다. ◆대통령실 "강제 북송은 반인도·반인륜 범죄"  13일(한국시간)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제 북송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3부(이준범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공공수사 3부는 강제 북송 사건을 강제 수사로 전환, 13일 국정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국정원 자료 등 분석한 뒤, 강제 북송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수사는 ‘최종 결정 책임자’가 누구였는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 핵심은 '최종 결정 책임자' 규명   당시 국가안보실의 강제 북송 회의에 참여했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강제북송 직후 LA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이 이를 사전보고 받았고 사실상 승인했다고 미주중앙일보에 밝힌 바 있다.〈본지 2019년 11월 22일자 1면, “문 대통령,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실상 재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본지 보도를 인용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살인미수죄로 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TF(태스크포스)' TF에 소속된 태영호 의원도 지난 6일 한국언론에 본지 보도〈7월 5일자 3면, 재조명받는 김연철 전 장관 LA인터뷰〉를 인용,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를 놓고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다른 말을 한다”며 “김 전 장관은 2019년 11월 언론(미주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연히 외교·안보 쪽의 그런 거는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강제 북송을 직접 승인했거나 혹은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 등 국민의힘은 강제 북송 진상규명 및 문 전 대통령의 승인 여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김연철 장관 “문재인 대통령께 보고” 본지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해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단독인터뷰 녹취 및 음성파일 일부를 공개한다.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조치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에 대해 선상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며 나포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사건이다.   2019년 11월 21일 당시 LA를 방문 중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USC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강연 후 본지 인터뷰에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행정처분 주체를 묻는 본지 질문에 “역할을 국방부(바다)·국정원(나포 후 조사)·통일부(대북조치와 언론발표)가 분담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국가)안보실이 맡았다”고 말했다.   [녹취 1] -‘강제북송의 컨트롤 타워가 어디였는가’ 질문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때 장관님도 현장에 계셨는지. 아니면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도했는지. 이걸 좀 명확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하 김 장관): “아 이게…그 역할이 분담이 돼 있습니다. 일단 처음에 바다 상황에서 같은 거는 국방부, 해군이 담당하고. 나포를 하고 난 다음부터는 국정원이 중심이 돼서 조사를 합니다. 〈중략〉 통일부는 대북조치하고 언론발표 이렇게 맡고 있거든요.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 이렇게 하다 보니까…이거를 좀 종합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보실에서 컨트롤 타워를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당시 김 장관은 행정처분 결정 주체를 묻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나 재가가 나온 것이냐는 1차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녹취 2] -행정처분 결정(주체가)이 지금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고요. 그럼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 나온 건가요. 아니면 재가가 된 건가요? 김 장관: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 이 각각의 분야에서의 역할을 종합조정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중략〉 이 세 기관을 통합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안보실을 간 거고…"  대신 김 장관은 안보실의 강제북송 결정 때 본인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녹취 3] -행정처분 결정 당시 장관님께서는 동의하시거나 결정을 하셨나요. 김 장관: “아 당연히 당연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부처 간의 협의를 통해서 하는 거죠.” -장관님 결정도 들어갔다고 말씀이? 김 장관: “예…”  이후 김연철 장관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보고 받았느냐는 2차 질문에 사실상 승인(재가)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당연히 뭐 외교·안보 쪽의 그런 부분들은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다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녹취 4]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보고가 있었던 건가요? “아…뭐 당연히 뭐 외교 안보 쪽의 그런 부분들은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다 하는 거죠.”  당시 청와대와 통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결정에 관여했는지를 밝히라는 야당 등의 요구에 함구로 일관했다.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김연철 장관은 강제북송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보고 했다고 최초로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헌법 3조’를 위배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당시 LA지역 탈북단체 회원들은 문 대통령과 김 장관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했다며 규탄 시위했다.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북한 이탈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 수용해 왔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강제북송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당시 김연철 장관은 ‘한국 정부의 강제북송 결정은 헌법과 상충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탈북 어민은) 잠재적 국민인데…귀순 의사의 의도와 동기와 준비과정과 행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녹취 5] -대한민국 헌법(3조)에서 북한의 영토나 주민도 자국민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과 이번 일이 상충되는 것은 어떻게 말씀을 하겠습니까. 김 장관: “아니 그러니깐…그 (탈북 어민은) 잠재적 국민인데…이것을 북한이탈주민으로 하는 것은 귀순 의사라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거죠.” -그분들은 귀순 의사를 나타냈잖습니까. 김 장관: “〈중략〉귀순 의사의 의도와 동기와 준비과정과 행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영상편집: 김예현·윤결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문재인 대통령 대통령실 강제 김연철 대통령 한국 대통령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문재인 대통령 승인 탈북 어민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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